세상을 심플하게 살고 싶다.

이게 내가 세상을 대하는 기본 자세이다. 너무 튀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존재감 없지도 않고. 딱 적당히. 그정도만 유지해도 나는 그럭저럭 만족할 것 같다.

그런데 내 마음대로 쉽게 흘러가는 일이 손에 꼽힐 정도다. 언제나 예상치 못한 상황들에 맞닥뜨리게 되고 결국 원치 않았지만 어려운 길을 헤쳐 나가야만 하는 경우에 놓여지고 만다.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곳에서 크게 무언가를 이루어 내고 싶기 보다는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경험해 보고 싶은 곳 중 하나였다. 그리고 얼추 그런 생각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룹 리더를 담당하는 친구가 올해 (라고는 하지만 앞으로 2주 남았다.)를 끝으로 회사를 그만 둔다. 그동안은 이 친구가 굵직한 일들을 봐주었고 나도 팀 리더이기는 하지만 큰 의미는 없는 포지션이었다. 그래서 내 업무만 문제 없이 처리해 내면 크게 신경 쓸 일이 없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내가 관여 하지 않았던 회사 내/외부 일들에 손을 대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물론 새로 사람이 들어와 줘서 분담이 되면 좋겠지만 때마침 구인난이라 그마저도 어려운 듯 하다. (최근에 합격 연락을 준 사람에게서는 제안 거절 통보를 받은 모양이다.)

이로서 나는 당분간은 시나리오를 변경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고 사실 조금은 머리가 아프다. 내년에 생활상 큰 변화를 준비하고 있어서 회사생활에 쓰이는 에너지는 최소한으로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원하는 상황 보다 원치 않는 상황들은 언제나처럼 너무나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심플하리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