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우리들은 지독한 정답 찾기 병에 걸린 것 같다.

언제부터 그렇게 됐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들은 늘 정답을 갈구한다. 어릴적 학교에서도 정답을 맞추면 상을 받고 틀리면 벌을 받았다. 그나마 공부를 잘 하는 애들이면 괜찮은데 나 같이 머리가 조금 나쁜 애들은 시험지에는 늘 비가 내리기 일 수.

혼나가 싫어서 답안지를 보거나 친구가 한 것 그대로 베껴서 혼나는 상황을 모면하기에 바빴다. 그러다보니 문제 풀이 능력보다 잔꾀가 더 발달하게 됐는지도. (그런데 잔꾀가 나쁜게 아니다!)

이러한 환경속에서 오랫동안 살아와서 그런가 사회에 나와서도 정답을 갈구하기에 바쁘다. 이건 이렇게 하더라, 저건 저렇게 하더라. 사회에는 오지선다형 문제나 100점 만점과 같은 것이 없지만 그와 비슷한 형태의 것들이 존재한다. KPI와 같은 평가지표도 실상 그와 같은 것일런지도 모르겠다.

나 또한 지독하게 정답을 찾기에 바빴다. 주변에 알려주는 사람은 없는데 답을 알고는 싶으니 용 하다는(!) 명저는 다 찾아본다. 그리고는 주욱 읽는다. 읽다 보면 그래 이거야! 하고 이마를 탁 친다. 이제 세상의 이치를 다 알게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건 마치 답안지와 같은 것이어서 볼 때는 알았는데 막상 책장을 덮고 나면 남는 것이 없다. 그리고는 이내 다른 명저를 찾아 나서기에 바쁘다. (나의 경우는 책에서 책으로 이어졌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강연회를 다니거나 고액의 컨설팅을 받는 경우들도 있다.)

이렇게 살아오던 나에게 큰 깨우침을 준 사람이 있다. 바로 소프트뱅크그룹의 손정의 회장이다. 나는 소프트뱅크그룹 결산설명회나 동 회사에서 주최하는 이벤트에 손정의 회장이 나오는 세션을 꼭 챙겨 보는데, 이 분은 항상 겸손하다.

“이건 내가 실패했습니다.” “생각이 짧았습니다.”

세상에 대고 꼰대짓을 해도 사실 뭐라고 할 수 있는 사람도 별로 없을 텐데 스스로도 아직 부족하다고 이야기 한다. 아직도 배우는 중이라고 한다. 즉, 자신도 정답을 모른다고 인정한 것이다.

그래. 이렇게 학식 높고 위대한 사업가도 (정답 찾기에) 실패 하는데 내가 틀리는건 오히려 더 당연한거 아니야? 왜 실패를 두려워 해야 하지? 저 사람도 아직 모르는게 많으니까 노력하는거잖아.

2007년도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앤드컴퍼니는 스마트폰을 ‘찻잔 속 태풍’ 이라고 평가 했고 이 조언을 들은 LG전자는 그대로 피처폰에 몰두 하다가 결국 2021년 휴대폰 사업부분을 철수 했다. 맥킨지라면 정답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맥킨지는 훌륭한 컨설팅 회사다)

이처럼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사실은 정답이 아닐 가능성이 도사리고 있다. 그게 사회이다. 규모가 크던 작던, 돈이 많던 적던, 학식이 있던 없던 정답은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럼에도 저 어딘가에 정답이 있을 것이라고 믿는 것은 왜일까?

요즘 회사에 외부 컨설팅 업체들이 와서 하는 이야기들을 종종 들을 기회가 생긴다. 어느정도 업계에서 경력도 있고 당연히 깊이와 노련미도 느껴진다. 상당히 있어 보이는 말투와 나는 세상의 이치를 다 안다는 듯한 태도. (사실 그들은 그렇게 해야 한다. 그래야 계약을 따내니까)

그런데 그렇게 잘 하는 사람들이 머하러 이런 조그만 회사에 영업을 하러 와? 그냥 당신들이 직접 회사를 차려서 그런 사업을 더 하면 되지. 그 편이 더 매출이 백배 좋을텐데!

그런면에서 역설적으로 그들도 정답을 모른다는 것이다. 아는 것만 가지고 이야기 하는 것이기 때문에 빈틈이 도사리고 있다. 당연히 답안지는 존재하지 않고 100점 만점이라는 것이 있을 수도 없다.

그러니 제발 정답을 찾으려 들지 말고 최선을 다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그에 맞게 행동하자. 정답 찾기 병에서 벗어나자! (나 말이야)